[타입브랜딩]그 어려운 걸 산돌이 해냅니다

긴 시간동안 여러 사람들이 모여 만든 CJK 폰트 「본고딕」과 「본명조」


폰트를 사용할 때 글자 대신 속에 X표시가 그어져 있거나 비어 있는 박스 모양이 나오는 경험을 하신 적이 있나요? 이것은 폰트 속에 그 글자가 들어있지 않다는 뜻으로 나오는 것인데요. 그 모양이 두부를 닮았다고 하여 ‘tofu’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no tofu’를 줄인 ‘Noto’는 이런 박스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한 구글(Google)의 야심 찬 오픈 소스 폰트 모음입니다. 현재 Noto 폰트로 1,000개 이상의 언어와 150개 이상의 문자를 표기할 수 있습니다.



「본고딕」, 「본명조」 개발의 시작
한편 미국의 어도비(Adobe)는 1984년부터 통합 CJK 폰트(Pan-CJK: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 통합 폰트) 개발에 대해 생각해 왔는데요. 통합 CJK 폰트 제작을 위한 자금이 필요했던 어도비와 Noto CJK가 필요했던 구글의 이해관계가 맞아서 Noto CJK 폰트 개발을 함께하게 됩니다. 이러한 다소 복잡한 개발 배경으로 같은 폰트임에도, 구글에서는 「Noto Sans/Serif+문자 이름」, 어도비에서는 「Source Han Sans/Serif+문자 이름」, 한국에서는 「본고딕/본명조」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어요.



여러 나라 사람들과의 협업
Noto 폰트는 각 문자 디자인에 대한 전문가들이 모여 협력한 결과물인데요. 「본고딕」, 「본명조」 경우도 프로젝트의 총괄과 기술 지원, 그리고 라틴/그릭/키릴 문자 디자인은 어도비 미국팀에서 하였고, 한글은 산돌이 디자인하였고, 일본어와 중국어는 어도비 일본팀이 주축이 되어 진행하였습니다. 일본의 Iwata Corporation과 중국의 Changzhou SinoType도 일본어와 중국어 제작 과정에서 협업하였습니다. 대만의 Arphic Technology 또한 두 번째 버전(Version 2.000)부터 추가된 홍콩 한자 제작에 참여하였습니다.

「본고딕」은 산돌에서는 2012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해서 2014년 7월에 첫 번째 버전을 발표했고, 「본명조」는 2014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해서 2017년 4월에 첫 번째 버전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기간에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이 직접 만나는 자리를 갖거나 메일을 주고받으며 프로젝트를 진행하였고, 구글을 비롯한 각 회사의 직원들에게 피드백을 받기도 했어요.



디자인 특징
「본고딕」과 「본명조」를 디자인할 때 신경 쓴 점은 사용 용도와, 다른 문자와의 조화였습니다. 「본고딕」과 「본명조」 둘 다 주요 용도가 본문용이고 인쇄물과 모바일 기기 화면 모두에 적합하도록 디자인하였습니다. 제작 방식은 로마자, 한자, 가나 샘플이 먼저 만들어지고 이에 맞춰서 한글을 디자인하는 방식이었어요.

「본고딕」 한글의 경우에는 용도를 고려하여 다음과 같이 디자인하였습니다.


본고딕 조판 모습


  • 글자 너비를 정방형보다 좁혀서 화면이 작은 모바일 환경에서 조금 더 많은 양의 글자가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하였습니다.

  •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ㅎ', 'ㅊ’의 꼭지를 세로로 세우고, 닿자와 홀자를 최대한 붙여서 디자인하여 불필요한 공간을 줄였습니다.



「본고딕」에 들어가는 로마자, 한자, 가나는 속공간이 큰 편이고 획 처리가 단순합니다. 로마자는 손으로 쓰는 움직임을 또한 담고 있는데, ‘c', 's’와 같은 글자의 획 끝을 사선으로 처리한 것이 그런 움직임으로 인한 특성을 보여줍니다.


이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한글은 다음과 같이 디자인하였습니다.

  • 속공간이 너무 작아지지 않게 하였습니다.

  • 간결한 모양이 되도록 디자인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예를 들어, 'ㅍ'의 세로획은 직선으로 해서 위아래 가로획에 붙은 형태로 하고, ‘ㅆ'과 'ㅉ’의 아랫부분은 이어진 형태로 디자인하였습니다.

  • 손으로 쓰는 움직임을 느낄 수 있도록 ‘ㅢ, ㅚ, ㅘ, ㅟ, ㅝ, ㅞ, ㅙ’와 같은 홀자에서 잇는 가로획의 시작과 맺음은 모두 사선으로 처리하였습니다.

「본명조」 한글의 경우에는 용도를 고려하여 다음과 같이 디자인하였습니다.

본명조 조판 모습


  • 세리프나 맺음의 크기를 줄이고 모양을 단순화해서 글을 읽을 때 시각적으로 너무 도드라지지 않게 하고 전체적으로 깔끔한 인상을 주도록 하였습니다.

  • 획 끝을 도톰하게 하고, 특히 가는 웨이트에서 세로획과 가로획 사이 두께 대비를 줄였습니다. 이는 획 끝이나 가로획이 작은 크기로 쓰였을 때 날아가 보이지 않도록 한 것입니다.


「본명조」에 들어가는 로마자, 한자, 가나는 시기적으로 클래식과 모던 사이에 위치해있으며, 펜이나 붓과 같은 쓰기 도구로 인한 특징이 많이 정제되어 있는데요. 로마자는 전체적으로 수직과 수평의 느낌이 강합니다.


이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한글은 다음과 같이 디자인하였습니다.


  • 획 모양을 단순화하고 정제하되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기계적인 느낌이 되지는 않게 하였습니다.

  • 현대적인 느낌을 위해 자소와 속공간이 약간 큰 편이 되도록 하고, ‘ㅇ’의 꼭지를 없애고, ‘ㅍ’의 세로획을 점이 아닌 획으로 처리해서 간결한 모양이 되도록 하였습니다.

  • 가로획 기울기를 수평에 가깝게 하였습니다.


이에 덧붙여, 「본명조」 한글을 디자인할 때, 가로획과 세로획 사이 대비가 로마자와 한자에서처럼 크지 않게 하고, 한자 명조보다는 붓으로 쓴 느낌이 더 강한 해서체에 가까워지도록 한 것은 한글 명조 스타일 고유의 특성을 적용한 것인데요.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사람들 모두가 각 문자의 디자인을 무리해서 서로 맞추기보다, 그 문자 디자인 고유의 발달 역사에 따른 특성, 문화, 선호도 등을 존중하여 개발하자는 생각을 공유했기 때문에 이런 결정이 가능했습니다.



옛 한글과 한글용 문장 부호

「본고딕」과 「본명조」에는 현대 한글 11,172자 외에도 옛 한글의 완성형 500자와 조합형 자모 1,488자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합형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글자는 100만 자 이상으로 옛 한글을 제한없이 입력할 수 있습니다. 옛 한글 제작 경험이 거의 없어서 관련 책을 보고 저자들에게 직접 의견을 구하는 등 많은 노력을 들였습니다.

본고딕 옛 한글 조판 모습

본명조 옛 한글 조판 모습


동아시아 문자들은 문장 부호를 로마자와 같이 쓰면 크기, 위치 등이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 문장 부호 몇 가지는 각 문자에 맞게 따로 만들어 넣었습니다. 한글용 문장 부호는 그 모양은 로마자용 문장 부호와 같지만, 한글에 맞게 크기, 위치 등을 조정하였습니다. 띄어쓰기 너비 또한 로마자용과 한글용이 다릅니다. 한글용 문장 부호는 Adobe InDesign의 문자 패널 언어를 한국어로 변경하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라틴용 문장 부호(왼쪽)와 한글용 문장 부호(오른쪽)


「본고딕」과 「본명조」는 첫 번째 배포 이후에도 사용자들로부터 피드백을 계속 받으면서 홍콩 한자 추가, 자형과 디자인의 수정, 배리어블 폰트 출시 등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배포된 여러 버전의 폰트들을 다음의 링크(본고딕본명조)에서 찾아볼 수 있어요.



박수현
폰트 디자이너
폰트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만든 폰트로 조판된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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