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입브랜딩]로고타입에 담긴 아름다움

타입브랜딩



브랜드의 얼굴 로고타입

사람들은 수백 가지의 화장품 중에서 어떤 이유로 특정 제품을 선택할까요? 아마 패키지가 고급스러워서, 좋은 원료를 사용해서, 혹은 나의 개성과 잘 맞는 느낌 때문일 거예요. 화장품 브랜드들은 이렇게 선택받기 위해 로고와 컬러 같은 시각적 요소를 활용해서 브랜드의 강점을 강조하죠. 그중에서도 브랜드의 첫인상이라고 할 수 있는 로고의 영향력이 정말 크답니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제품뿐만 아니라 브랜드 로고나 그와 유사한 이미지에서 제품 구매 욕구를 느낀다고 해요.*

화장품 브랜드는 대부분 문자로 이루어진 로고타입 형태를 사용해요.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눈에 띄기 위해 매력적이고 독창적인 로고타입을 만들어내죠. 그래서 화장품 업계에서는 완성도 높은 로고타입 디자인을 자주 발견할 수 있어요. 오늘은 로고타입에 브랜드 정체성을 잘 녹여내서 성공한 사례들을 소개해 볼게요.




1. 설화수가 가진 헤리티지

설화수는 지금의 아모레퍼시픽을 있게 한 브랜드라고 할 수 있어요. 설화수의 이야기는 1932년 서성환 선대 회장의 어머니 윤독정 여사가 동백기름을 만들어 팔았던 데서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60여 년간 쌓은 한방 기술력을 바탕으로 1997년 ‘피부에 아름다운 눈꽃을 피운다’는 뜻의 설화수(雪花秀)가 탄생하게 됐죠.

출처: 설화수 홈페이지


서예에서 찾은 동양적 미학

설화수는 오랜 역사와 한방 기술력을 보여주기 위해 ‘헤리티지’를 내세우는 브랜드에요. ‘예술과 헤리티지 정신으로 아름다움의 세계를 창조한다’는 소명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1997년부터 사용된 설화수의 로고는 마치 한 폭의 서예 작품처럼 붓으로 고풍스럽게 쓴 ‘설화수(雪花秀)’와 한방을 나타내는 낙관이 함께 들어가 있어요. 예술과 ‘헤리티지’의 이미지를 서예 작품으로 표현한 거죠.

2009년에는 해외로 진출하면서 영문 로고타입도 추가했는데요. 현대 여성의 단아하고 지적인 멋스러움을 담은 폰트 「아리따 부리」를 기반으로 기와 처마 끝을 연상시키는 곡선 맺음을 더해 전통의 가치를 표현했어요. 이렇게 브랜드 정체성을 로고타입에 잘 담아낸 설화수는 수십 년간 사랑받으며 2015년에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 최초로 연 매출 1조 원을 달성하게 됩니다.



헤리티지 계승과 현대적 재해석

2022년 설화수는 북미 시장과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리브랜딩을 진행했어요. 타겟 시장이 변한 만큼 로고에도 변화가 필요했죠. 새롭게 바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보면 북미 시장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한자는 지우고 영문 로고타입만 남겼어요. 인삼이라는 재료와 한국적 헤리티지는 ‘Amber’ 컬러에 담았고요.

현대적이고 글로벌한 이미지로 변모하고자 많은 부분을 덜어낸 걸 알 수 있어요. 단순하게 표현할수록 현대적인 인상을 주거든요. 과감한 리브랜딩 이후 2024년 북미 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308% 증가했으니 성공적이라 할 수 있겠죠?

출처: 설화수 홈페이지




2. 이니스프리와 자연주의

이니스프리는 2000년에 ‘자연주의’를 내세우며 등장한 브랜드예요. 2009년부터는 제주도의 청정 원료만을 사용한다는 스토리텔링을 시작하면서 국내 대표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로 자리 잡게 돼요. 당시 생소했던 ‘자연주의’라는 정체성을 어떻게 로고타입에 담아 사람들에게 각인시켰으며, 최근에는 왜 리브랜딩을 했는지 이니스프리의 브랜드 변천사를 알아볼게요.


출처: 이니스프리 홈페이지


자연에서 찾은 형태

이니스프리의 옛 로고타입을 보면 세리프 서체의 틀 안에 자연적인 모티프를 담고 있어요. 흐르듯 이어지는 곡선과 획 대비에선 자연의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밑에서부터 뻗어져 나오는 n의 곡선은 식물의 줄기를 연상시키고, r의 터미널* 부분은 매달린 잎사귀처럼 보이기도 해요. ‘f'는 나뭇잎 형태로 만들어 ‘자연주의’를 직접적으로 표현했어요. 자연에 대한 찬미가 담긴 이 로고타입 덕분에 이니스프리는 ‘자연주의’라는 정체성을 단번에 각인시키며 2015년 로드샵 매출 1위, 2016년에는 전 세계 매출 1조 원을 달성하게 됩니다.

*터미널(Terminal): 라틴 소문자 곡선 획의 끝부분.

출처: 이니스프리 홈페이지


로드샵에서 모바일로, 이니스프리의 변화

하지만 ‘자연주의’ 브랜드가 늘어나고, 로드샵 대신 H&B 스토어가 유행하면서 2016년 이후 이니스프리의 성장은 주춤하게 돼요. 그래서 2018년에는 분위기 전환을 위해 리브랜딩을 시도했죠. ‘현대적 자연주의’ 이미지를 내세워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하고자 자연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을 줄이고 더 간결한 로고타입으로 바꾸게 됩니다.

그리고 2023년, 이니스프리는 국내외 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대대적인 리브랜딩을 진행했어요. 브랜드 이미지를 완전히 새롭게 하기 위해 과감성, 선명성, 역동성을 키워드로, 굵은 지오메트릭 산세리프체*와 형광 그린 컬러의 로고타입을 디자인했죠. 온라인 소비 증가에 발맞추는 것도 리브랜딩의 이유 중 하나에요. 디지털 환경, 특히 모바일 화면에서는 산세리프체가 더 잘 인식되거든요. 이후 이니스프리는 온라인 플랫폼과 해외 시장에서 조금씩 실적을 올리며 리브랜딩 효과를 보고 있답니다.

*지오메트릭 산세리프체(Geometric Sanserif): 기하학적 형태에 기반한 산세리프체.




3. 전문가가 만든 화장품, CNP Laboratory

CNP는 피부 전문가의 노하우를 담은 더마코스메틱 브랜드예요. 연구소에서 과학적인 성분 검증을 거쳐 제품을 출시하며, ‘약국 화장품’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죠. 검증된 효과와 신뢰할 수 있는 전문성으로 CNP는 국내 더마코스메틱 분야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어요.


출처: CNP 홈페이지


기능만 남긴 로고타입

CNP의 로고타입은 폰트를 거의 그대로 사용하는 형태예요. 이건 CNP의 브랜드 전략에 기반한 건데요. 화장품의 핵심인 성분과 기능에만 집중하듯, 로고타입도 장식 요소 없이 정보 전달에 충실하죠. 사용된 네오 그로테스크* 계열 산세리프체는 깨끗하고 정돈된 느낌을 주고, 균일한 굵기와 곧은 선에서는 ‘신뢰’가 느껴져요. 그래서 전문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CNP에 딱 맞는 선택이었답니다.

*네오 그로테스크 산세리프체(Neo-grotesque Sanserif): 그로테스크 산세리프체에서 획의 굵기, 곡선 처리, 글자 폭을 개선한 산세리프체.

출처: CNP 홈페이지


게다가 산세리프체는 가독성이 좋아 성분과 기능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기에도 적합해요. 그래서 패키지나 홈페이지 등 브랜드 전반에 산세리프체를 적용하고 있어요. 의약품을 연상시키는 패키지 디자인과 간결한 로고타입으로 전문적인 미학을 극대화한 CNP는 국내외에서 꾸준히 성장하며 매출 1,000억 원대의 메가 브랜드로 자리 잡았답니다.

출처: CNP 홈페이지




4. 예술을 지향하는 브랜드 탬버린즈

탬버린즈는 ‘감각적 아트와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코스메틱 브랜드’에요.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공간, 오브제, 퍼포먼스 등 여러 영역에서 하나의 주제로 ‘모멘트’라는 콘텐츠를 선보입니다. 예술 전시를 연상시키는 ‘모멘트’를 통해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했고 ‘갖고 싶은’ 브랜드로 자리 잡았답니다.


출처: 탬버린즈 홈페이지


탬버린즈는 패션 브랜드 젠틀몬스터의 DNA를 공유하고 있어요. 그래서 제품에 화장품의 기능뿐 아니라, 매일 들고 다니는 패션 액세서리의 기능을 부여했죠. 그래서 로고타입도 패션 아이템 같은 탬버린즈 제품에 감성을 더해주도록 디자인했어요.

출처: 탬버린즈 홈페이지


폰트디자이너가 만든 로고타입

초기 로고타입은 폰트디자이너가 탬버린즈 전용 폰트와 함께 디자인했어요. 올드스타일 세리프체*를 기반으로 점점 얇아지는 우아한 곡선을 강조해 세련된 느낌을 줘요. 로고타입에는 획 연결 부위에 간격을 주는 스텐실 디테일을 더해 감성적인 인상을 완성했어요.

*올드스타일 세리프체(Oldstyle Serif): 손글씨를 바탕으로 한 클래식 세리프체.

출처: 윤민구 타입 스튜디오 홈페이지


탬버린즈 캡스 로고

2020년, 브랜드 리뉴얼과 함께 대문자 로고타입을 적용했는데요. 새로운 로고타입은 미니멀리스트 세리프체로, 획 대비를 줄여 깔끔하고 현대적인 느낌을 강조했어요. 굵은 대문자 디자인 덕분에 가독성과 시각적 위계도 한층 강화됐죠.

출처: 탬버린즈 홈페이지


탬버린즈 오리지널 서체를 변형한 심볼형 로고도 함께 선보이는데요. 가로형 로고보다 이미지처럼 인식되기 때문에 제품 패키지의 오브제성을 더 강화해 줘요. 예술적인 제품을 만드는 독창적인 전략 덕분에 탬버린즈는 단기간 내에 국내외 시장에서 큰 인지도를 얻으며 성장할 수 있었어요. 2023년 기준, 탬버린즈의 매출은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하며 지금까지도 성공적인 확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출처: 탬버린즈 홈페이지




로고타입과 타입브랜딩

브랜드의 로고타입은 단순히 이름을 보여주는 도구가 아니에요. 브랜드가 가진 정체성과 가치를 소비자에게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중요한 매개체죠. 이렇게 브랜드 이미지에 타입을 활용하는 것을 ‘타입브랜딩(Type Branding)’이라고 하는데요. 성공적인 타입브랜딩은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에 강한 연결고리를 만들어주고 그 브랜드를 떠올렸을 때 단번에 ‘어떤 느낌인지’ 알게 해주는 힘을 가집니다.

위 사례들에서 알 수 있듯 로고타입은 화장품 시장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경쟁 환경 속에서도 브랜드가 사랑받을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자산이에요. 그렇기에 성공한 브랜드에서는 항상 타입 브랜딩을 찾아볼 수 있는 거죠. 이번 스토리가 유익했길 바라며, 다음에도 폰트와 레터링 이야기로 찾아오도록 할게요.



참고

삼성경제연구소, 뇌과학과 경영의 만남-뇌과학 활용 마케팅, 2010.01.21.
stories.amorepacific.com
www.the-pr.co.kr
www.apgroup.com
pharmnews.com
www.longblack.co
letter.wepick.kr
www.mintoiro.com
yeoleum.kr
www.sandoll.co.kr


김수영
브랜드디자인팀
산돌의 브랜드디자이너입니다.  
누구나 기억하는 산돌을 만들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