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입브랜딩
삼양, 100주년을 맞아 새단장을 하다
2024년, 삼양그룹은 창립 100주년을 맞아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리뉴얼하며 새로운 CI를 공개했습니다. 도전/전문성/책임감이라는 삼양의 브랜드 철학을 모티브로 진행된 이번 리뉴얼은 삼양그룹과 세계적인 디자이너 네빌 브로디, 그리고 그의 스튜디오 브로디 어쏘시에이츠가 함께 협업한 결과물인데요. 이와 더불어 전용 폰트인 「Samyang Neo」도 새롭게 선보이게 되었죠.
「Samyang Neo」는 새로운 CI의 핵심 디자인 요소를 바탕으로 개발된, 삼양만의 정체성이 담긴 전용 폰트입니다. 그 중 한글 폰트인 「Samyang Neo KR」을 산돌이 진행하게 되었는데요. 삼양이라는 긴 역사를 가진 브랜드의 새로운 챕터에 한 부분을 맡게 되어 책임감이 느껴지면서도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이제부터 「Samyang Neo KR」 제작의 뒷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CI와 라틴이 가진 DNA를 분석하다
이번 폰트 개발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네빌 브로디 디자이너가 완성한 「Samyang Neo」의 라틴과 CI의 DNA를 한글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이었습니다.
한글과 라틴은 구조와 비례, 리듬이 매우 다른 문자 체계입니다. 라틴 알파벳의 나열형 구조와 자소에 포함된 획의 수, 어센더 디센더로 인해 생기는 리듬감은 초, 중, 종성의 자소로 조합되어 네모틀 구조를 가지고 있는 한글 조형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방향성을 갖고 있죠. 이 때문에 단순한 형태 복제가 아닌 문자 간 문화적/시각적 간극을 좁히며 자연스럽게 특징을 녹여내기 위한 세밀한 조율이 요구되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라틴과 CI의 시각 언어를 분석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했는데요. 삼양이 지닌 브랜드 철학—‘도전’, ‘전문성’, ‘책임감’—을 시각적으로 어떻게 구현했는지를 살펴본 결과, 전체적으로 사선을 강조한 형태와 텐션 있는 곡선을 통해 도전적이고 에너제틱한 이미지를, 대칭적인 자소의 형태와 단단하고 기하학적인 꺾임 획을 통해 브랜드의 신뢰감과 전문성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① 대칭적인, ② 사선 강조, ③ 꺾인 획 표현, ④ 텐션있는 곡선’과 같은 캐릭터적 특징과 전체적으로 extended한 장평과 짧은 어센더, 디센더를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특징을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DNA를 한글로 재해석하다
위와 같은 특징들을 분석했으니, 이제는 그 특징들을 한글의 특성에 맞게 재해석하여 적용해 볼 때입니다. 같은 특징이라도 여러 가지 디자인으로 해석이 가능했는데요. 분석을 통해 도출한 4가지 특징들 중 대칭적인, 사선 강조, 꺾인 획 표현을 자연스럽게 나타낼 수 있는 사선형의 ‘ㅅ’ 자소를 중심으로 크게 아래와 같은 4가지의 캐릭터를 디자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라틴의 extended한 구조 또한 다양한 방향으로 해석해 볼 수 있었는데요. 넓은 장평을 공통으로 고정하되, 자소가 네모틀에 꽉 차게 설계되어 단단함이 느껴지는 구조 ①, 네모틀에 덜 차게 설계되어 리듬감이 느껴지는 구조 ②, 그리고 그 사이 일반적인 본문용 정도의 모듈을 가진 구조 ③으로 나누어 해석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나누어진 구조적, 캐릭터적 표현을 합하여 여러 시안들을 디자인해 볼 수 있었는데요. 정말 많은 안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선택의 기로에 있었던 시안 두 가지를 보여드릴게요.
첫 번째는 구조 ②와 캐릭터 B가 적용된 안입니다. 라틴의 대칭적인 자소의 형태와 직선적인 사선을 강조하여 디자인되었습니다. 구조에서 리듬감을 주어 자칫 딱딱해 보일 수 있는 형태에 재미를 주었습니다.

두 번째 안은 구조 ①과 캐릭터 D가 적용된 안입니다. 라틴의 완전히 직선적인 느낌과는 달리, ㅅ의 양쪽 사선 획에 곡선을 주어 조금 더 한글의 자연스러운 형태를 살리고 부드러운 느낌을 담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꽉찬 구조로 디자인되어 라틴과 마찬가지로 안정적이고 단단한 느낌이 들죠. 두 가지 안 사이에서 마지막까지 고민이 많았지만, 단단한 구조를 가지면서도 부드러운 이미지가 공존한다는 점이 브랜드 이미지에 보다 적합하다고 판단되어 두 번째 시안이 최종적으로 선택되었습니다.
라틴과 한글의 균형을 맞추다
한글 제작이 한창 진행되던 중, 예상치 못한 문제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라틴과의 균형을 확인하기 위해 두 문자를 함께 문장 형태로 조합해 보던 중, 한글의 space가 상대적으로 넓어 보인다는 점이 눈에 띈 것이죠(❶). 그전까지는 짧은 단어 단위로 비교하여 큰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지만, 긴 글줄에서 보았을 때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이는 Extended하게 디자인된 한글과 라틴의 크기를 물리적으로 맞춰 제작하게 되면서 비롯된 결과였습니다. 멀티 스크립트 환경에서, 이미 완성된 라틴을 바꾸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순간이었습니다.
여러 방향을 고민한 끝에, 먼저 라틴과 한글이 공유할 수 있는 space 값을 다시 설정하는 방법을 검토했습니다(❷). 하지만 삼양그룹 디자인팀과 함께 논의해 본 결과 이미 균형 있게 조정되어 있던 라틴과 space간의 비율을 흔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죠. 결국 선택한 방법은 한글 자소의 너비를 조금씩 더 넓히고, 물리적으로 비슷했던 크기를 시각적으로 조정해 자연스러운 균형을 맞추는 것이었습니다(❸). 몇 차례의 논의 끝에 적절한 비율과 형태를 찾을 수 있었고 ❸과 같이 수정을 진행하게 되었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라틴과 한글 간의 조화를 한층 끌어 올릴 수 있었고, 시각적, 문화적 특성이 다른 멀티 스크립트 디자인 안에서 크기와 균형감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다시금 체감하며 소중한 노하우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삼양의 100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이처럼 여러 차례의 조율과 고민을 거쳐, 「Samyang Neo KR」이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Samyang Neo」는 삼양의 브랜드 가치인 도전, 전문성, 책임감을 폰트의 결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내는, 개성과 방향성이 뚜렷한 전용 폰트입니다. 삼양의 새로운 CI와 「Samyang Neo」는 이 링크에서 자세하게 확인해 보실 수 있으니, 삼양의 브랜드 스토리가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방문하여 살펴보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삼양의 100번째 생일이라는 특별한 순간에, 훌륭한 디자이너들과 함께 발을 맞출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소중한 경험이 되었는데요. 특히 멀티 스크립트를 디자인하며 주의해야 할 점들과 노하우를 얻을 수 있게 되어 의미 있는 프로젝트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모여 산돌에서 브랜드의 이야기를 담는 작업에 단단한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라 믿으며 이만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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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빈 |
| 디자인 스튜디오 |
글자가 가진 힘을 믿습니다. 거기에 약간의 목소리를 입히는 일을 하고 있어요. |
타입브랜딩
삼양, 100주년을 맞아 새단장을 하다
2024년, 삼양그룹은 창립 100주년을 맞아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리뉴얼하며 새로운 CI를 공개했습니다. 도전/전문성/책임감이라는 삼양의 브랜드 철학을 모티브로 진행된 이번 리뉴얼은 삼양그룹과 세계적인 디자이너 네빌 브로디, 그리고 그의 스튜디오 브로디 어쏘시에이츠가 함께 협업한 결과물인데요. 이와 더불어 전용 폰트인 「Samyang Neo」도 새롭게 선보이게 되었죠.
「Samyang Neo」는 새로운 CI의 핵심 디자인 요소를 바탕으로 개발된, 삼양만의 정체성이 담긴 전용 폰트입니다. 그 중 한글 폰트인 「Samyang Neo KR」을 산돌이 진행하게 되었는데요. 삼양이라는 긴 역사를 가진 브랜드의 새로운 챕터에 한 부분을 맡게 되어 책임감이 느껴지면서도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이제부터 「Samyang Neo KR」 제작의 뒷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CI와 라틴이 가진 DNA를 분석하다
이번 폰트 개발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네빌 브로디 디자이너가 완성한 「Samyang Neo」의 라틴과 CI의 DNA를 한글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이었습니다.
한글과 라틴은 구조와 비례, 리듬이 매우 다른 문자 체계입니다. 라틴 알파벳의 나열형 구조와 자소에 포함된 획의 수, 어센더 디센더로 인해 생기는 리듬감은 초, 중, 종성의 자소로 조합되어 네모틀 구조를 가지고 있는 한글 조형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방향성을 갖고 있죠. 이 때문에 단순한 형태 복제가 아닌 문자 간 문화적/시각적 간극을 좁히며 자연스럽게 특징을 녹여내기 위한 세밀한 조율이 요구되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라틴과 CI의 시각 언어를 분석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했는데요. 삼양이 지닌 브랜드 철학—‘도전’, ‘전문성’, ‘책임감’—을 시각적으로 어떻게 구현했는지를 살펴본 결과, 전체적으로 사선을 강조한 형태와 텐션 있는 곡선을 통해 도전적이고 에너제틱한 이미지를, 대칭적인 자소의 형태와 단단하고 기하학적인 꺾임 획을 통해 브랜드의 신뢰감과 전문성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① 대칭적인, ② 사선 강조, ③ 꺾인 획 표현, ④ 텐션있는 곡선’과 같은 캐릭터적 특징과 전체적으로 extended한 장평과 짧은 어센더, 디센더를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특징을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DNA를 한글로 재해석하다
위와 같은 특징들을 분석했으니, 이제는 그 특징들을 한글의 특성에 맞게 재해석하여 적용해 볼 때입니다. 같은 특징이라도 여러 가지 디자인으로 해석이 가능했는데요. 분석을 통해 도출한 4가지 특징들 중 대칭적인, 사선 강조, 꺾인 획 표현을 자연스럽게 나타낼 수 있는 사선형의 ‘ㅅ’ 자소를 중심으로 크게 아래와 같은 4가지의 캐릭터를 디자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라틴의 extended한 구조 또한 다양한 방향으로 해석해 볼 수 있었는데요. 넓은 장평을 공통으로 고정하되, 자소가 네모틀에 꽉 차게 설계되어 단단함이 느껴지는 구조 ①, 네모틀에 덜 차게 설계되어 리듬감이 느껴지는 구조 ②, 그리고 그 사이 일반적인 본문용 정도의 모듈을 가진 구조 ③으로 나누어 해석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나누어진 구조적, 캐릭터적 표현을 합하여 여러 시안들을 디자인해 볼 수 있었는데요. 정말 많은 안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선택의 기로에 있었던 시안 두 가지를 보여드릴게요.
첫 번째는 구조 ②와 캐릭터 B가 적용된 안입니다. 라틴의 대칭적인 자소의 형태와 직선적인 사선을 강조하여 디자인되었습니다. 구조에서 리듬감을 주어 자칫 딱딱해 보일 수 있는 형태에 재미를 주었습니다.
두 번째 안은 구조 ①과 캐릭터 D가 적용된 안입니다. 라틴의 완전히 직선적인 느낌과는 달리, ㅅ의 양쪽 사선 획에 곡선을 주어 조금 더 한글의 자연스러운 형태를 살리고 부드러운 느낌을 담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꽉찬 구조로 디자인되어 라틴과 마찬가지로 안정적이고 단단한 느낌이 들죠. 두 가지 안 사이에서 마지막까지 고민이 많았지만, 단단한 구조를 가지면서도 부드러운 이미지가 공존한다는 점이 브랜드 이미지에 보다 적합하다고 판단되어 두 번째 시안이 최종적으로 선택되었습니다.
라틴과 한글의 균형을 맞추다
한글 제작이 한창 진행되던 중, 예상치 못한 문제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라틴과의 균형을 확인하기 위해 두 문자를 함께 문장 형태로 조합해 보던 중, 한글의 space가 상대적으로 넓어 보인다는 점이 눈에 띈 것이죠(❶). 그전까지는 짧은 단어 단위로 비교하여 큰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지만, 긴 글줄에서 보았을 때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이는 Extended하게 디자인된 한글과 라틴의 크기를 물리적으로 맞춰 제작하게 되면서 비롯된 결과였습니다. 멀티 스크립트 환경에서, 이미 완성된 라틴을 바꾸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순간이었습니다.
여러 방향을 고민한 끝에, 먼저 라틴과 한글이 공유할 수 있는 space 값을 다시 설정하는 방법을 검토했습니다(❷). 하지만 삼양그룹 디자인팀과 함께 논의해 본 결과 이미 균형 있게 조정되어 있던 라틴과 space간의 비율을 흔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죠. 결국 선택한 방법은 한글 자소의 너비를 조금씩 더 넓히고, 물리적으로 비슷했던 크기를 시각적으로 조정해 자연스러운 균형을 맞추는 것이었습니다(❸). 몇 차례의 논의 끝에 적절한 비율과 형태를 찾을 수 있었고 ❸과 같이 수정을 진행하게 되었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라틴과 한글 간의 조화를 한층 끌어 올릴 수 있었고, 시각적, 문화적 특성이 다른 멀티 스크립트 디자인 안에서 크기와 균형감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다시금 체감하며 소중한 노하우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삼양의 100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이처럼 여러 차례의 조율과 고민을 거쳐, 「Samyang Neo KR」이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Samyang Neo」는 삼양의 브랜드 가치인 도전, 전문성, 책임감을 폰트의 결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내는, 개성과 방향성이 뚜렷한 전용 폰트입니다. 삼양의 새로운 CI와 「Samyang Neo」는 이 링크에서 자세하게 확인해 보실 수 있으니, 삼양의 브랜드 스토리가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방문하여 살펴보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삼양의 100번째 생일이라는 특별한 순간에, 훌륭한 디자이너들과 함께 발을 맞출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소중한 경험이 되었는데요. 특히 멀티 스크립트를 디자인하며 주의해야 할 점들과 노하우를 얻을 수 있게 되어 의미 있는 프로젝트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모여 산돌에서 브랜드의 이야기를 담는 작업에 단단한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라 믿으며 이만 글을 마칩니다.
거기에 약간의 목소리를 입히는 일을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