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입브랜딩
『IBM Plex Sans 시리즈』 개발 배경
글로벌 시장이 커지면서 다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높아진 관심만큼 다국어 디자인에 대한 필요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국어 문자 디자인을 자사의 이념이나 방향에 맞게 디자인해서, 브랜드를 접하는 사용자의 문자가 어떤 것이든 동일한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향에 따라서 CJK 폰트를 함께 디자인하는 케이스가 늘어나고 있는데요. CJK 폰트란 중국(C), 일본(J), 한국(K)의 문자를 묶어 부르는 말로, 한자, 가나, 한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각 현지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최소 몇천 자에서 많게는 몇만 자의 글자를 디자인해야합니다. 그리고 한자의 특성상 문자들의 쓰임이나 생김새가 각 나라마다 다르게 발전해 왔기 때문에, CJK 폰트를 개발할 때에는 여러 현지 폰트 파운드리들이 각 나라의 문자만 디자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국 문자는 중국 파운드리에서, 일본 문자는 일본 파운드리에서 디자인하는 것처럼요.
각 현지의 파운드리에서 제작하면 해당 문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디자인 전문성을 기대할 수 있지만, 전체적인 브랜드 방향성 안에서 다른 문자 디자인과의 어우러짐까지 고려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CJK처럼 문자 간의 관계성이 밀접한 경우에는 더욱이 관계성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이런 이유로 산돌은 IBM과 협업하여 다국어 폰트 시리즈인 『IBM Plex Sans』의 CJK 문자 디자인을 전담하고 있습니다. [IBM Plex 프로젝트]는 IBM이 오픈 폰트 라이선스(OFL)로 공개하고 있는 전용 폰트 프로젝트로 지금까지 총 8개 언어권의 폰트가 공개되었어요. 한국어 버전인 「IBM Plex Sans KR」은 2020년 6월에, 일본어 버전인 「IBM Plex Sans JP」은 2021년 7월에 공개되었고, 중국어 버전은 추후 공개될 예정이며 마찬가지로 산돌에서 제작 및 디렉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Plex Sans Latin 컨셉
『IBM Plex Sans』는 IBM의 역사 깊은 로고타입 디자인으로부터 출발했습니다. Plex 시리즈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디자인 키워드는 인간(man)/기계(machine), 자연(natural)/인공(engineered)로서 인간과 기술이 함께 발전하도록 돕는다는 철학을 반영하여 디자인되었어요. 라틴은 그로테스크 스타일을 기반으로, 카운터는 수직 수평의 각진 곡선을 사용했고, 글자의 외곽은 자연스러운 곡선을 사용하여 글자의 내부와 외부의 곡률에 차이를 둔 것이 특징적입니다. 특히 ‘P', 'g', '8’ 등에게서 이러한 특징들을 확인하실 수 있어요.
라틴/CJK 매칭의 어려움
이렇게 저희는 이미 출시되어 있는 『IBM Plex Sans』의 라틴알파벳을 기반으로 CJK 문자를 확장시켜야 했는데, 문자가 달라 프로젝트 초반부터 고려해야 할 점들이 많았어요. 라틴알파벳과 CJK 문자는 조합되는 방식이나 정렬하는 방식, 발전되어온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기획 초반 단계에서 우리는 라틴알파벳에 녹아있는 디자인 컨셉을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까지 CJK 문자에 적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했습니다.
조합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
먼저 모두 아시는 것처럼 라틴알파벳-가나-한글-한자는 다른 조합 방식을 가지고 있는데요. '사과'라는 단어를 각 나라의 언어로 쓴다고 가정해 봅시다. 라틴알파벳과 가나는 소리 나는 대로 풀어쓰지만 한글은 한 글자 안에 자음과 모음이 모아져 하나의 소리를 내게 되고, 한자는 의미가 있는 글자들이 모여서 하나의 또 다른 의미의 글자를 만들게 되죠. 이렇게 라틴알파벳과 가나는 풀어쓰는 글자이기 때문에 한개의 낱자 안에 획이 많지 않고 낱자 간 획수의 차이가 많이 나지 않지만, 한자와 한글은 한 글자 안에서 그려야 할 획의 수가 아주 많을 때도, 아주 적을 때도 있게 됩니다.
이렇게 획수가 많고, 낱자 간 획수의 차이가 큰 문자를 라틴 알파벳과 어울리게 디자인하려면 ‘회색도’를 고려해야 합니다. “회색도를 고려한다”는 의미란 글자의 검은 부분과 흰 부분의 균형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를 확인하고 보정한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면 폰트를 디자인할 때 문장 내에서 어떤 한 글자만, 혹은 어떤 한 획만 진해 보이거나 옅어보이지 않는지를 확인하고 보정하는 작업을 거칩니다. CJK 폰트도 마찬가지로 이런 ‘회색도’를 보정하는 작업을 거치는데, 라틴알파벳과 동일한 기준으로 ‘회색도’를 조정하다 보면 특정 크기에서는 라틴알파벳처럼 균질한 ‘회색도’로 보일 수 있지만, 특정 크기에서는 오히려 그 글자만 다른 웨이트 같아 보이게 됩니다. 그래서 ‘회색도’도 라틴알파벳과 CJK 문자 사이의 적정한 정도를 찾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래의 ‘이미지 1’를 보면 왼쪽보다 오른쪽이 진한 글자 없이 균질한 회색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 이 글자를 큰 크기에서 봐도 균질한 ‘회색도’로 보일까요?
이미지 1
아래의 ‘이미지 2’는 ‘이미지 1’의 글자를 크게 확대한 것입니다. 왼쪽의 글자는 두 글자가 같은 웨이트처럼 보이는 것에 비해, 오른쪽의 글자는 두 글자의 웨이트가 다른 것처럼 보이죠. 이렇게 같은 글자를 어떤 크기로 썼느냐에 따라서 회색도가 균질해질 수도, 다른 웨이트처럼 보일 수도 있기때문에, 특정 크기에서의 완벽한 균질함을 추구하기보다는 적절한 굵기 균형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미지 2
특히 일본어는 ‘가타카나 - 히라가나 - 칸지(한자)’와 같이 총 3개의 문자를 라틴과 함께 사용하는데, 이들의 밸런스를 어느 정도 맞추기 위해 획수가 가장 적은 가타카나를 가장 굵고 작게 설정하고, 칸지를 가장 얇고 크게 설정합니다. 획 수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획이 많은 글자와 비슷한 크기를 가지면 글자가 커 보이기 때문에 자면을 작게 설정합니다. 또한 획 수가 적으면 구멍이 뚫린 것처럼 그 부분만 회색도가 빠져 보이기 때문에 획이 많은 글자에 비해서 두껍게 설정합니다.
시각중심선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
언어의 크기나 위치 관계를 보는 관점은 조금씩 차이가 있고, 각 언어권에서 주로 사용하는 문자의 설정값들이 있기 때문에 CJK 문자를 어떤 위치와 크기로 설정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합니다. 라틴알파벳은 몇 가지 라인들을 기준으로 해서 제작합니다. 예를 들어 Baseline, X-height, Ascender, Descender라는 가상의 라인을 기준으로 대문자의 높이, 소문자의 높이를 결정하죠.
반면 CJK의 문자들은 획 수가 다양하고 조합도 글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시각중심선’을 위치 기준으로 삼고 글자틀 안에서 전체적으로 어울리게 제작합니다. 이렇게 다른 기준으로 그려진 문자를 통합하게 되면, 위치나 크기가 어긋나보일 수 있어요.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생각해야합니다. CJK에 맞는 크기의 라틴 디자인을 정할 것인지, 만들어진 라틴에 CJK크기를 맞출 것인지, CJK 안에서도 차이를 둘 것인지 등, 글자의 크기와 정렬에 대하여 의논과 결정이 필요했어요.
「IBM Plex Sans KR」에 비해서 JP는 현지에서 사용하는 Width나 Height 설정이 있기 때문에 그 기준을 맞춰 제작을 했고, 특정 기준에 맞춰 제작한 일본어에 비해서 라틴알파벳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아 보였기 때문에 기존의 라틴알파벳에서 105% 정도를 확대했습니다.
엘리먼트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
다국어 매칭을 할 때 가장 많은 이야기를 하는 주제 중 또 하나는 디자인 요소입니다. 디자인 요소는 각자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는 문자들을 하나의 폰트 패밀리로 보이게 하기위한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에 문자마다 요소들간의 이미지를 어느 정도 통일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라틴 알파벳에서는 커브들의 인상이 전체 폰트에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한데요, 한글에는 다행이도 ‘ㅇ, ㅎ'같은 원형의 앨리먼트가 존재하지만 한자에는 없습니다. 이런 모습들을 어떻게 CJK 폰트에 녹여내야 할까요?
한자의 앨리먼트들 중에도 원형은 아니지만 곡선 표현이 있어요. ‘Dot', ‘Hook', ‘Downstroke to Left’, ‘Downstroke to Right’, ‘Shoulder’ 등의 요소인데요, 이들의 곡률을 테스트하면서 라틴알파벳의 인상과 최대한 가깝게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IBM Plex Sans JP」의 가나에는 라틴의 자연스러운 곡선과 직선구간의 조화, 기계적인 획 끝 처리 등이 잘 반영되어있습니다. 「IBM Plex Sans KR」은 ‘ㅇ’, 'ㅎ’과 같은 부분에 『IBM Plex Sans』의 특징적인 곡률을 반영했습니다.
이처럼 『IBM Plex Sans』의 특징을 JP나 KR에 반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이 특징들이 각 스크립트에 반영되었을 때 “부자연스럽다”라고 느껴지지 않는 적절한 포인트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라틴알파벳의 특징이 한자, 한글에 반영되었을 때 이질적인 느낌이 나지 않도록, 획의 진행방향 안에서 어색하지 않을 포인트를 찾아 특징을 반영하도록 노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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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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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입디자인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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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는 것을 좋아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삶을 살길 바랍니다. 글자도 그려요. |
타입브랜딩
『IBM Plex Sans 시리즈』 개발 배경
글로벌 시장이 커지면서 다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높아진 관심만큼 다국어 디자인에 대한 필요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국어 문자 디자인을 자사의 이념이나 방향에 맞게 디자인해서, 브랜드를 접하는 사용자의 문자가 어떤 것이든 동일한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향에 따라서 CJK 폰트를 함께 디자인하는 케이스가 늘어나고 있는데요. CJK 폰트란 중국(C), 일본(J), 한국(K)의 문자를 묶어 부르는 말로, 한자, 가나, 한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각 현지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최소 몇천 자에서 많게는 몇만 자의 글자를 디자인해야합니다. 그리고 한자의 특성상 문자들의 쓰임이나 생김새가 각 나라마다 다르게 발전해 왔기 때문에, CJK 폰트를 개발할 때에는 여러 현지 폰트 파운드리들이 각 나라의 문자만 디자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국 문자는 중국 파운드리에서, 일본 문자는 일본 파운드리에서 디자인하는 것처럼요.
각 현지의 파운드리에서 제작하면 해당 문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디자인 전문성을 기대할 수 있지만, 전체적인 브랜드 방향성 안에서 다른 문자 디자인과의 어우러짐까지 고려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CJK처럼 문자 간의 관계성이 밀접한 경우에는 더욱이 관계성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이런 이유로 산돌은 IBM과 협업하여 다국어 폰트 시리즈인 『IBM Plex Sans』의 CJK 문자 디자인을 전담하고 있습니다. [IBM Plex 프로젝트]는 IBM이 오픈 폰트 라이선스(OFL)로 공개하고 있는 전용 폰트 프로젝트로 지금까지 총 8개 언어권의 폰트가 공개되었어요. 한국어 버전인 「IBM Plex Sans KR」은 2020년 6월에, 일본어 버전인 「IBM Plex Sans JP」은 2021년 7월에 공개되었고, 중국어 버전은 추후 공개될 예정이며 마찬가지로 산돌에서 제작 및 디렉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Plex Sans Latin 컨셉
『IBM Plex Sans』는 IBM의 역사 깊은 로고타입 디자인으로부터 출발했습니다. Plex 시리즈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디자인 키워드는 인간(man)/기계(machine), 자연(natural)/인공(engineered)로서 인간과 기술이 함께 발전하도록 돕는다는 철학을 반영하여 디자인되었어요. 라틴은 그로테스크 스타일을 기반으로, 카운터는 수직 수평의 각진 곡선을 사용했고, 글자의 외곽은 자연스러운 곡선을 사용하여 글자의 내부와 외부의 곡률에 차이를 둔 것이 특징적입니다. 특히 ‘P', 'g', '8’ 등에게서 이러한 특징들을 확인하실 수 있어요.
라틴/CJK 매칭의 어려움
이렇게 저희는 이미 출시되어 있는 『IBM Plex Sans』의 라틴알파벳을 기반으로 CJK 문자를 확장시켜야 했는데, 문자가 달라 프로젝트 초반부터 고려해야 할 점들이 많았어요. 라틴알파벳과 CJK 문자는 조합되는 방식이나 정렬하는 방식, 발전되어온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기획 초반 단계에서 우리는 라틴알파벳에 녹아있는 디자인 컨셉을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까지 CJK 문자에 적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했습니다.
조합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
먼저 모두 아시는 것처럼 라틴알파벳-가나-한글-한자는 다른 조합 방식을 가지고 있는데요. '사과'라는 단어를 각 나라의 언어로 쓴다고 가정해 봅시다. 라틴알파벳과 가나는 소리 나는 대로 풀어쓰지만 한글은 한 글자 안에 자음과 모음이 모아져 하나의 소리를 내게 되고, 한자는 의미가 있는 글자들이 모여서 하나의 또 다른 의미의 글자를 만들게 되죠. 이렇게 라틴알파벳과 가나는 풀어쓰는 글자이기 때문에 한개의 낱자 안에 획이 많지 않고 낱자 간 획수의 차이가 많이 나지 않지만, 한자와 한글은 한 글자 안에서 그려야 할 획의 수가 아주 많을 때도, 아주 적을 때도 있게 됩니다.
이렇게 획수가 많고, 낱자 간 획수의 차이가 큰 문자를 라틴 알파벳과 어울리게 디자인하려면 ‘회색도’를 고려해야 합니다. “회색도를 고려한다”는 의미란 글자의 검은 부분과 흰 부분의 균형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를 확인하고 보정한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면 폰트를 디자인할 때 문장 내에서 어떤 한 글자만, 혹은 어떤 한 획만 진해 보이거나 옅어보이지 않는지를 확인하고 보정하는 작업을 거칩니다. CJK 폰트도 마찬가지로 이런 ‘회색도’를 보정하는 작업을 거치는데, 라틴알파벳과 동일한 기준으로 ‘회색도’를 조정하다 보면 특정 크기에서는 라틴알파벳처럼 균질한 ‘회색도’로 보일 수 있지만, 특정 크기에서는 오히려 그 글자만 다른 웨이트 같아 보이게 됩니다. 그래서 ‘회색도’도 라틴알파벳과 CJK 문자 사이의 적정한 정도를 찾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래의 ‘이미지 1’를 보면 왼쪽보다 오른쪽이 진한 글자 없이 균질한 회색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 이 글자를 큰 크기에서 봐도 균질한 ‘회색도’로 보일까요?
이미지 1
아래의 ‘이미지 2’는 ‘이미지 1’의 글자를 크게 확대한 것입니다. 왼쪽의 글자는 두 글자가 같은 웨이트처럼 보이는 것에 비해, 오른쪽의 글자는 두 글자의 웨이트가 다른 것처럼 보이죠. 이렇게 같은 글자를 어떤 크기로 썼느냐에 따라서 회색도가 균질해질 수도, 다른 웨이트처럼 보일 수도 있기때문에, 특정 크기에서의 완벽한 균질함을 추구하기보다는 적절한 굵기 균형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미지 2
특히 일본어는 ‘가타카나 - 히라가나 - 칸지(한자)’와 같이 총 3개의 문자를 라틴과 함께 사용하는데, 이들의 밸런스를 어느 정도 맞추기 위해 획수가 가장 적은 가타카나를 가장 굵고 작게 설정하고, 칸지를 가장 얇고 크게 설정합니다. 획 수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획이 많은 글자와 비슷한 크기를 가지면 글자가 커 보이기 때문에 자면을 작게 설정합니다. 또한 획 수가 적으면 구멍이 뚫린 것처럼 그 부분만 회색도가 빠져 보이기 때문에 획이 많은 글자에 비해서 두껍게 설정합니다.
시각중심선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
언어의 크기나 위치 관계를 보는 관점은 조금씩 차이가 있고, 각 언어권에서 주로 사용하는 문자의 설정값들이 있기 때문에 CJK 문자를 어떤 위치와 크기로 설정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합니다. 라틴알파벳은 몇 가지 라인들을 기준으로 해서 제작합니다. 예를 들어 Baseline, X-height, Ascender, Descender라는 가상의 라인을 기준으로 대문자의 높이, 소문자의 높이를 결정하죠.
반면 CJK의 문자들은 획 수가 다양하고 조합도 글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시각중심선’을 위치 기준으로 삼고 글자틀 안에서 전체적으로 어울리게 제작합니다. 이렇게 다른 기준으로 그려진 문자를 통합하게 되면, 위치나 크기가 어긋나보일 수 있어요.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생각해야합니다. CJK에 맞는 크기의 라틴 디자인을 정할 것인지, 만들어진 라틴에 CJK크기를 맞출 것인지, CJK 안에서도 차이를 둘 것인지 등, 글자의 크기와 정렬에 대하여 의논과 결정이 필요했어요.
「IBM Plex Sans KR」에 비해서 JP는 현지에서 사용하는 Width나 Height 설정이 있기 때문에 그 기준을 맞춰 제작을 했고, 특정 기준에 맞춰 제작한 일본어에 비해서 라틴알파벳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아 보였기 때문에 기존의 라틴알파벳에서 105% 정도를 확대했습니다.
엘리먼트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
다국어 매칭을 할 때 가장 많은 이야기를 하는 주제 중 또 하나는 디자인 요소입니다. 디자인 요소는 각자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는 문자들을 하나의 폰트 패밀리로 보이게 하기위한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에 문자마다 요소들간의 이미지를 어느 정도 통일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라틴 알파벳에서는 커브들의 인상이 전체 폰트에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한데요, 한글에는 다행이도 ‘ㅇ, ㅎ'같은 원형의 앨리먼트가 존재하지만 한자에는 없습니다. 이런 모습들을 어떻게 CJK 폰트에 녹여내야 할까요?
한자의 앨리먼트들 중에도 원형은 아니지만 곡선 표현이 있어요. ‘Dot', ‘Hook', ‘Downstroke to Left’, ‘Downstroke to Right’, ‘Shoulder’ 등의 요소인데요, 이들의 곡률을 테스트하면서 라틴알파벳의 인상과 최대한 가깝게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IBM Plex Sans JP」의 가나에는 라틴의 자연스러운 곡선과 직선구간의 조화, 기계적인 획 끝 처리 등이 잘 반영되어있습니다. 「IBM Plex Sans KR」은 ‘ㅇ’, 'ㅎ’과 같은 부분에 『IBM Plex Sans』의 특징적인 곡률을 반영했습니다.
이처럼 『IBM Plex Sans』의 특징을 JP나 KR에 반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이 특징들이 각 스크립트에 반영되었을 때 “부자연스럽다”라고 느껴지지 않는 적절한 포인트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라틴알파벳의 특징이 한자, 한글에 반영되었을 때 이질적인 느낌이 나지 않도록, 획의 진행방향 안에서 어색하지 않을 포인트를 찾아 특징을 반영하도록 노력했습니다.
글자도 그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