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입브랜딩]배달의민족 국민폰트 탄생기

타입브랜딩

*본 아티클은 2016년에 작성된 내용을 재구성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은 산돌과 다양한 브랜드 전용폰트를 제작하여 배포했습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무료폰트로 공개하여, 일반 사용자를 비롯해 출판, 방송, 광고 업계 등에서 두루두루 사용되어 국민폰트라는 불리기도 했는데요.

“'배민’이 폰트를 만든다?” 처음에는 다소 엉뚱해보였지만 지금은 '배민’이라는 브랜드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수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오늘은 그 중심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배민 도현」과 「배민 한나는 열한살」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배민 도현」 제작배경

「도현」은 아크릴판을 아크릴 칼로 잘라 붙인 간판을 모티브로 만들어졌습니다. 최초로 영감을 받은 건 이태원 우수단길의 어느 부동산 간판이라고 하는데요. ‘배민’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들이 이를 시작으로 전체적인 기획과 컨셉을 잡았고, 산돌에서 구현 및 테스트를 통해 「도현」을 개발했습니다.

「도현」은 ‘배민’의 세번째 브랜드 전용폰트로써, 김봉진 대표(당시)의 자녀 이름에서 따온 「배민 한나」, 「배민 주아」와 마찬가지로 사내 제비뽑기를 통해 이름이 결정되었습니다. 당첨된 이름인 ‘도현’은 김수권 배민라이더스 대표의 아들의 이름입니다.

「도현」의 모티브된 간판들


 

「배민 도현」 특징

「도현」은 격자에 갇히지 않은 자연스러운 조형미가 있습니다. 모음과 자음 받침이 연결되거나 네모틀에 여백없이 가득차는 형태로, 격자에 맞추어 그려진 느낌이 드는데요. 각각의 글자의 휙 두께가 일정하지 않고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특징입니다.


한글 폰트 최초로 오픈 타입 피처(Open Type Feature)*기능이 적용되어 ㅅ,ㅈ,ㅎ 자음의 형태가 앞뒤 조건에 따라 랜덤으로 변화하는 것도 「도현」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해당 특징은 포트샵, 일러스트 등 어도비 프로그램에서 확인이 가능합니다.


  

「도현」은 같은 계열의 글자들도 크기가 일정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컨셉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을 표현하려다 보니 작업하는 과정에서 종종 어색함을 느끼고는 했는데요. 오픈 타입 기술을 이용해 상황에 따라 글자를 변화시키는 것도 (한글의 글자수가 많아) 어디서부터 어떻게 기준을 잡아야할지 고민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배민’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빈출자를 파악하여, 이를 바탕으로 경우의 수를 만들어 차근차근 「도현」을 만들어갔습니다. 덕분에 짧은 시간 내에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었고 많은 분들이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계신 지금의  「도현」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배민 한나는 열한살」 제작배경 

「한나는 열한살」의 바탕이 되는 「배민 한나」는 아크릴 판 위 시트지를 붙여 칼로 잘라낸, 60-70년대 간판을 모티브로 탄생했습니다. 그래서 비뚤빼둘하고 조형성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특징인 폰트인데요. ‘배민’에서 처음으로 만든 브랜드 전용폰트로, 자간이나 글자폭 등 완전히 다듬지 않아 불편한 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를 개선하고자 ‘배민’과 산돌이 만나 폰트 리뉴얼을 진행했습니다.

‘한나’라는 이름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김봉진 대표의 첫째 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었는데요. 리뉴얼되던 해가 마침 ‘한나’가 11살이 되어서 자연스럽게 「한나는 열한살」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11살이 된 ‘한나’처럼, 리뉴얼 된 「한나는 열한살」도 성장한 느낌이 전해지지 않나요?

우리 「한나」가 달라졌어요 


 

「배민 한나는 열한살」 특징

「한나는 열한살」은 「한나」 대비 균일하지 않던 글자 사이의 공간을 교정하여 더 균형잡힌 형태로 리뉴얼되었는데요. 동시에 한글과 영문을 다듬고 균형을 조율해 글자의 가독성도 고려했습니다.


 

「한나」는 「한나」만의 개성이 분명한 폰트입니다. 두께나 균형이 맞지 않고 규칙성도 없는 키치함이 바로 「한나」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이었는데요. 그래서 리뉴얼 과정에서 그런 개성을 해하지 않기 위해 수정을 최소화하는 것을 전제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가독성이크게 떨어지거나 균형이 크게 어긋난 글자를 주로 수정했어요. 최대한 다듬지 않고 「한나」 고유의 컨셉을 가져가면서도 깔끔하게 보일 수 있는, 중간 지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작업이 끝나갈 무렵에는 더 수정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기가 쉽지 않았던 작업이었습니다.



타입디자인팀
산돌은 폰트를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