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입브랜딩
「리디바탕」 개발 배경과 전자책 환경
콘텐츠 플랫폼 기업 리디(RIDI)와 전자책 전용 폰트를 만들기로 한 시기는 국내외 다양한 회사에서 전자책이 서비스되던 시기였는데요. 해외에서는 전자책 전용 라틴 폰트가 개발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당시 리디는 한국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었기에 전자책 전용 ‘한글 폰트’를 기획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어요. 하지만 이 분야에서 한글 폰트를 최초로 개발한다는 점에서는 기대가 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리디의 이북리더기인 리디페이퍼(RIDIPAPER)에서는 「Kopub 바탕」이 기본 폰트로 사용되고 있었는데요. 「Kopub 바탕」은 출판 관련 산업의 발전을 위해 개발되어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아름다운 탄생 배경이 있는 폰트입니다. 하지만 전자책 특유의 환경에서는 어쩔 수 없이 가독성이 아쉬운 부분이 있었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좋은 폰트가 개발되면 좋겠다! 가 바로 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어요.
초기 탐색
「Sandoll 명조neo1」과 「Sandoll 정체」를 살펴보며 프로젝트의 초기 탐색을 시작했습니다. 두 가지 폰트 모두 본문에서의 활용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폰트이며, 명조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명조체는 많은 양의 글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특징이 있어 소설, 수필 등 많은 책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리디페이퍼에서 사용해왔던 「Kopub 바탕」도 명조체였던 만큼, 새로 개발될 전자책 전용 폰트의 방향을 명조체로 자연스럽게 잡혀갔습니다.
우선 「Sandoll 명조neo1」 폰트는 일반적으로 ‘명조체’라고 얘기할 때 바로 떠오를 수 있는 이미지가 있는 대표적인 폰트입니다. 그만큼 폭넓게 사용되고 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당시 리디에서는 부드럽고 편안한 폰트 또한 탐색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 개발 중이던 「Sandoll 정체」도 함께 살펴보게 되었어요. 「Sandoll 정체」는 리디의 탐색 방향에 부합하는 폰트였거든요. 하지만 아직 폰트가 출시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그 과정은 비밀스럽게 진행되었답니다.
한 두차례, 리디와 산돌은 두 폰트를 분석하며 커스터마이징 방향에 대한 얘기를 나눴어요. 하지만 아무래도 두 폰트 모두 전자책에서의 사용을 염두하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커스마이징 수준으로는 개발이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새롭게 전용 폰트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Sandoll 명조neo1」 커스터마이징 방향 탐색
본격 탐색
초기 탐색 이후, 리디와 산돌은 더욱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프로젝트 킥오프를 시작으로 산돌은 조사와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해외에서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는 전자책 전용 라틴 폰트를 살펴보고, 명조체와 본문용 한글 폰트, 그리고 해당 폰트들의 디자인을 살펴보면서 리디와 이를 공유했어요. 이를 통해서 앞으로 진행할 디자인의 방향을 크게 세가지로 정했습니다.
종이책과 전자책에 사용되고 있는 명조체의 기본적인 방향으로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의 방향 탐색
부드러운 이미지는 편안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편안한 읽기 경험에 포커싱한 방향의 탐색
전자책의 해상도가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에 디테일한 표현보다는 정제하고 절제하는 방향으로 탐색
위의 세가지 방향의 디자인에 대한 가능성을 살펴보면서 2~3차를 거쳐 결국 한가지 방향으로 좁혀졌습니다. 그렇게 결정된 것이 3. 명조체를 정체하고 절제하는 방향이었어요.
심화 탐색
방향을 결정한 이후로는 전자책의 환경에 최적화를 하기 위한 연구와 테스트가 진행되었습니다. 전자책에서 특히 잘 보일 수 있는 획의 각도를 연구하거나, 현재의 디자인이 전자책에서는 어떻게 보여지며, 이 환경에서 더 균일하고 또렷하게 보일 수 있는 정리 방법은 무엇인지 등등을 고민했어요.
디자인을 폰트파일로 추출 해 페이퍼에 설치하고, 루페(*미세한 부분을 확대해 관찰할 수 있는 볼록렌즈)를 사용해 살펴보는 과정을 거치며 찾아진 큰 포인트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획의 수직, 수평 구간 최대화
속공간의 수직, 수평 구간 최대화
명조의 부리, 맺음 크기와 형태를 최소, 단순화
자소의 사이 공간이 없도록 획을 연결하여 단순화
획 두께 대비 최소화
루페를 사용한 획의 각도 테스트
획의 맺음 방법, 각도 테스트
당시 전자책의 해상도는 스마트폰만큼 높지 않았는데요. 이런 해상도가 높지 않은 출력 화면에서는 직선이 가장 깔끔하게 보였습니다. 애매한 공간이나 각도는 뭉치거나 흐릿하게 보이는 요인으로 파악되었으며, 작은 크기의 글자에서 얇은 획이 가장 먼저 흐릿해지는 것이 가독성에 좋지 않은 요소였기 때문에 획 두께 대비를 최소화하는 등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해당 방향으로 몇차례의 설치와 테스트, 그리고 논의를 거치며 방향을 다듬어나가며 진행되었어요. 그러면서 숫자뿐 아니라 한글의 고정폭과 가변폭, 적정한 크기와 너비를 살펴보며 최종적인 방향이 정해졌습니다.
디테일 테스트 - 글자 출력 상태, 뭉침 확인
글자 제작과 출시 그리고 이후
이후 폰트의 전체 구성을 채우기 위한 제작이 시작되었고, 순차적으로 한글 11,172자, 라틴 알파벳, 숫자 등의 글자가 제작되었습니다. 총 1년 6개월 간의 기간을 거쳐 이 폰트는 「리디바탕」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어요. 「리디바탕」이라는 이름은 폰트의 목적과 리디를 잘 알릴 수 있는 간결한 작명이었다고 생각해요.
「리디바탕」 (이미지 출처: 리디)
처음 목적에 따라 「리디바탕」은 리디페이퍼에에 탑재되었고, 리디의 모바일 앱에도 적용되어 잘 읽혀오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19년 10월 9일, 한글날에 무료로 대중들에게 공개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2019년 굿디자인 커뮤니케이션 부분에서 우수 디자인으로 선정되어, 「리디바탕」의 아름다운 목적과 사용성을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리디바탕」 (이미지 출처: 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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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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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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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 고와야 오는 피드백이 고와요. 기업의 브랜드 폰트에 대해 고민하고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
타입브랜딩
「리디바탕」 개발 배경과 전자책 환경
콘텐츠 플랫폼 기업 리디(RIDI)와 전자책 전용 폰트를 만들기로 한 시기는 국내외 다양한 회사에서 전자책이 서비스되던 시기였는데요. 해외에서는 전자책 전용 라틴 폰트가 개발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당시 리디는 한국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었기에 전자책 전용 ‘한글 폰트’를 기획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어요. 하지만 이 분야에서 한글 폰트를 최초로 개발한다는 점에서는 기대가 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리디의 이북리더기인 리디페이퍼(RIDIPAPER)에서는 「Kopub 바탕」이 기본 폰트로 사용되고 있었는데요. 「Kopub 바탕」은 출판 관련 산업의 발전을 위해 개발되어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아름다운 탄생 배경이 있는 폰트입니다. 하지만 전자책 특유의 환경에서는 어쩔 수 없이 가독성이 아쉬운 부분이 있었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좋은 폰트가 개발되면 좋겠다! 가 바로 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어요.
초기 탐색
「Sandoll 명조neo1」과 「Sandoll 정체」를 살펴보며 프로젝트의 초기 탐색을 시작했습니다. 두 가지 폰트 모두 본문에서의 활용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폰트이며, 명조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명조체는 많은 양의 글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특징이 있어 소설, 수필 등 많은 책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리디페이퍼에서 사용해왔던 「Kopub 바탕」도 명조체였던 만큼, 새로 개발될 전자책 전용 폰트의 방향을 명조체로 자연스럽게 잡혀갔습니다.
우선 「Sandoll 명조neo1」 폰트는 일반적으로 ‘명조체’라고 얘기할 때 바로 떠오를 수 있는 이미지가 있는 대표적인 폰트입니다. 그만큼 폭넓게 사용되고 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당시 리디에서는 부드럽고 편안한 폰트 또한 탐색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 개발 중이던 「Sandoll 정체」도 함께 살펴보게 되었어요. 「Sandoll 정체」는 리디의 탐색 방향에 부합하는 폰트였거든요. 하지만 아직 폰트가 출시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그 과정은 비밀스럽게 진행되었답니다.
한 두차례, 리디와 산돌은 두 폰트를 분석하며 커스터마이징 방향에 대한 얘기를 나눴어요. 하지만 아무래도 두 폰트 모두 전자책에서의 사용을 염두하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커스마이징 수준으로는 개발이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새롭게 전용 폰트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본격 탐색
초기 탐색 이후, 리디와 산돌은 더욱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프로젝트 킥오프를 시작으로 산돌은 조사와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해외에서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는 전자책 전용 라틴 폰트를 살펴보고, 명조체와 본문용 한글 폰트, 그리고 해당 폰트들의 디자인을 살펴보면서 리디와 이를 공유했어요. 이를 통해서 앞으로 진행할 디자인의 방향을 크게 세가지로 정했습니다.
종이책과 전자책에 사용되고 있는 명조체의 기본적인 방향으로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의 방향 탐색
부드러운 이미지는 편안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편안한 읽기 경험에 포커싱한 방향의 탐색
전자책의 해상도가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에 디테일한 표현보다는 정제하고 절제하는 방향으로 탐색
위의 세가지 방향의 디자인에 대한 가능성을 살펴보면서 2~3차를 거쳐 결국 한가지 방향으로 좁혀졌습니다. 그렇게 결정된 것이 3. 명조체를 정체하고 절제하는 방향이었어요.
심화 탐색
방향을 결정한 이후로는 전자책의 환경에 최적화를 하기 위한 연구와 테스트가 진행되었습니다. 전자책에서 특히 잘 보일 수 있는 획의 각도를 연구하거나, 현재의 디자인이 전자책에서는 어떻게 보여지며, 이 환경에서 더 균일하고 또렷하게 보일 수 있는 정리 방법은 무엇인지 등등을 고민했어요.
디자인을 폰트파일로 추출 해 페이퍼에 설치하고, 루페(*미세한 부분을 확대해 관찰할 수 있는 볼록렌즈)를 사용해 살펴보는 과정을 거치며 찾아진 큰 포인트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획의 수직, 수평 구간 최대화
속공간의 수직, 수평 구간 최대화
명조의 부리, 맺음 크기와 형태를 최소, 단순화
자소의 사이 공간이 없도록 획을 연결하여 단순화
획 두께 대비 최소화
당시 전자책의 해상도는 스마트폰만큼 높지 않았는데요. 이런 해상도가 높지 않은 출력 화면에서는 직선이 가장 깔끔하게 보였습니다. 애매한 공간이나 각도는 뭉치거나 흐릿하게 보이는 요인으로 파악되었으며, 작은 크기의 글자에서 얇은 획이 가장 먼저 흐릿해지는 것이 가독성에 좋지 않은 요소였기 때문에 획 두께 대비를 최소화하는 등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해당 방향으로 몇차례의 설치와 테스트, 그리고 논의를 거치며 방향을 다듬어나가며 진행되었어요. 그러면서 숫자뿐 아니라 한글의 고정폭과 가변폭, 적정한 크기와 너비를 살펴보며 최종적인 방향이 정해졌습니다.
글자 제작과 출시 그리고 이후
이후 폰트의 전체 구성을 채우기 위한 제작이 시작되었고, 순차적으로 한글 11,172자, 라틴 알파벳, 숫자 등의 글자가 제작되었습니다. 총 1년 6개월 간의 기간을 거쳐 이 폰트는 「리디바탕」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어요. 「리디바탕」이라는 이름은 폰트의 목적과 리디를 잘 알릴 수 있는 간결한 작명이었다고 생각해요.
「리디바탕」 (이미지 출처: 리디)
처음 목적에 따라 「리디바탕」은 리디페이퍼에에 탑재되었고, 리디의 모바일 앱에도 적용되어 잘 읽혀오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19년 10월 9일, 한글날에 무료로 대중들에게 공개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2019년 굿디자인 커뮤니케이션 부분에서 우수 디자인으로 선정되어, 「리디바탕」의 아름다운 목적과 사용성을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리디바탕」 (이미지 출처: 리디)
기업의 브랜드 폰트에 대해 고민하고 디자인하고 있습니다.